뒤 늦게 올리는 신혼 여행 후기. Day 1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나와 동거인 조나단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와주신, 그리고 뵙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축하를 빌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미 몇 달이 지나버렸지만 뒤늦게 신혼여행 후기를 남긴다.

2018년 10월 6일 조나단과 나는 결혼식을 정신없이 끝냈고 적당한 뒷풀이를 끝낸 뒤에 오키나와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키나와는 나의 연인 조나단 어르신께서 이미 여러 번 여행을 다녀온 곳이고 나와 사귀고 일주일도 안된 시점에도 여행을 갔었던 여행지다.

사실 결혼을 준비했던 년초에는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한 일본 간사이 지역을 여행지로 준비했지만 2018년에 간사이 지역에는 지진과 태풍 피해가 심하였기 때문에 급하게 9월달에 여행지를 전면 수정했다.

나는 신혼여행도 당연히 처음이지만 사실 해외여행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것도, 일본에 간다는 것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에 신남이 느껴지는 흔들림)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발을 하는데 생각보다 추웠다. 10월의 서울은 꽤 쌀쌀했다. 하지만 트렁크엔 죄다 여름 옷만 가득했던 우리..(돌아오는 날엔 지옥을 맛보게 될 예정)

운이 좋게도 우리 집에서 공항 버스 정류장이 5분 거리라서 좋은 위치 선정 아침 비행기도 비교적 부담없이 탈 수 있어서 좋았다.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딱 한 시간 걸렸다.

해외여행이 처음이니 당연히 마님과 해외여행도 처음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출국 수속을 받기 전까지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무 설레여서 장트러블 난 건 비밀)

출국 수속을 하는 중에 깨달은 점은 여권 케이스는 쓸모가 없는 악세사리라는 점내 지문은 왜 인식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불편함이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출국 수속 절차여서 긴장도 했지만 여권 케이스가 빠지질 않아서 난처했고 또 빼낸 여권 케이스를 들고 있는 것도 불편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준비하는 동안에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했다. 아워홈 브랜드의 식당이었는데 자사 브랜드의 즉석 식품을 데워서 파는곳이었다. 당연히 맛도 일정하고.. 뭐 복잡한 공항에서 팔기에는 적당한 것 같기는 하다.

첫 비행 가즈아아~!!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기다린데다가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피곤한 상태로 기다리다가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을 시작했다.

비행 전에 셀카 한장 찰칵. 수줍은 커플룩..

짧은 거리에 간단한 기내식이 나왔다.(기내식도 처음 먹어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오키나와
드디어 나하 공항

도착한 오키나와는 무척이나 더웠다. 10월이었지만 햇살이 강렬해서 금방 살이 타버릴 것 같았다.

오키나와에 유일하게 있다는 유이레일 (뭐야 이게)

오키나와는 흔히 렌트카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시내 중심만 모노레일이 다니고 주 여행지인 아메리칸 빌리지, 58번 국도와 프라이빗 비치, 츄라우미 수족관을 가기 위해서는 택시, 버스,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착한 첫 날 도심을 보고 이틀 날 부터 차를 빌려서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첫 날은 유이레일 종일권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숙소가 있는 마키시 역으로 향했다.

숙소는 오키나와 국제거리 근처에 있었다.

프론트맨이 한국에서 잠깐 살았다며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를 했는데(나중에 보니 중국어도 하는 걸 봐서는 영업용 맨트이지 싶다) 그는 참이슬 최고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치킨집을 추천해줬다. (우리는 일본 음식을 먹고 싶은데 도대체 왜..)

숙소에서 여름 옷으로 갈아입은 뒤 우리는 슈리성으로 향했다.

슈리성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자판기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일본스러운 골목과 일본어가 가득 적힌 건물들을 보며 ‘아 일본에 오긴 왔구나’ 싶었다.

슈리성까지 앞장서 가이드해주시기로 한 조나단
길마다 있는 자판기가 다 이뻤다. 똑같은 자판기일텐데 이유가 뭘까..
한 국 좋 아
오키나와에서만 판매한다는 산호(35)커피. 그 옆에 조나단(당시36)

유이레일의 종착역인 슈리역에서 내려서 슈리성을 가기 전에 역 안에서 팔던 35커피를 주문했다.
날씨가 덥기도 했고 조나단에게 이야기를 익히 들었던 커피여서 마셔보고 싶었다.

탄 맛이 강하고 깊은 산미가 나는 35 커피는 오키나와의 자연 보호와 산호를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10월이었지만 날씨가 더워서 얼음도 금방 녹았지만, 그래서 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맛이 났다.

곳곳마다 시사. 해태와 비슷해보이는데 오키나와의 대부분 건물 입구에서 볼 수 있다.

슈리성을 가는 길에 햇살이 뜨거웠지만 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조나단의 인생 사진을 찍어줄 수 있었다. 가는 길 중간 중간에 조그마한 주차장을 끼고 있는 편의점들이 많았다. 그마저도 일본다워서 신기하고 좋았다.

슈리성을 돌다가 쉬면서 마신 음료들

옛날의 오키나와에는 일본과 독립적인 국가였던 류큐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슈리성에서는 류큐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한글로 된 설명은 거의 없었다. 어느정도의 명사들만 번역이 되어있고 설명은 대부분 일본어와 영어여서 어설픈 영어 실력으로 관람을 했다. 뭐 한글 설명이 없는게 당연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는 슈리성에서 스탬프 투어도 하고 하니 어느 덧 두 시간 가까이 있었고, 해가 질 무렵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방향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여기도 시사
이곳도 시사가 있었다.

여기저기 시사를 볼 수 있었고, 사진을 찍는다고 저속 주행을 하는 차도 만났다.

발이 많이 아파갈때쯤 슈리역에 도착했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국제거리로 향했다.

해가 지고 마님께서 미리 알아본 아구(오키나와의 흙돼지) 샤브샤브가 유명한 식당을 갔는데 예약이 가득 차서 갈 수 없다고 했다.

이미 많이 걷고 지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식당을 찾아 헤맸는데 30분을 걸어 다닌 끝에 적당히 맛있어 보이는 집을 찾았고 오키나와의 명물 오리온 맥주부터 주문했다.

그리고 아구 샤브샤브를 주문했다.

영롱하다.

처음엔 조금 밍밍해 보이는 육수 때문에 걱정했는데 아구라고 불리는 이 고기가 말도 안되게 부드럽고 감칠 맛이 났다. 국물을 졸일 수록 짠 맛이 강해서 간도 적당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웠고 신혼여행의 감상에 젖은 우리는 맥주도 많이 마셨다.

“우리가 진짜 결혼을 했구나, 진짜 신혼 여행을 왔구나” 라는 감탄에 빠져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 가까이에 있었던 포차골목
내가 많이 마시는 몬스터. 다양한 맛이 있었는데 먹어보질 못했네ㅠㅠ
로손 편의점에서 유명하다는 빵들.

간단하게 먹을 야식거리와 맥주를 사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편의점을 들렸다.

일본의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기대를 많이 했다.
특히 로손의 빵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정말 다양하고 맛있어 보였다.

꼭 다시 먹어보기 위해 다시 일본을 가보고 싶다.

일본에 왔지만 주로 둘이서 대화하고 사람과 접촉할 일이 없어서 일본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없었는데 숙소에서 티비를 트니까 드디어 일본 같았다.

그리고 래드윔프스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결혼이 믿어지지 않던, 함께 일본에 왔다는게 믿어지지 않던 첫 날의 하루가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