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여행기

우기. 폭우가 계속되는 7월 초였다. #떠나고싶다 에 울림이 컸던지, DG가 주말에 어디든 가자고 제안했다.

일기예보로 주말 날씨를 알아봤으나 역시 온통 비소식 뿐이었다. 그럼 비와도 갈 수 있는 곳. 비가 오면 더 예쁠 곳으로 가보는건 어때? 콜

그렇게 쿨하게 결정된 1박 2일 순천-보성 비여행. 1일차는 순천이 되었다.

용산역에서 만난 어린이..가 아니라 조나단..

2017.07.08. 아침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순천역으로 이동. (후에 들은 얘기지만 좌석도 얼마 없었는데 DG가 정말 운좋게 잡았다고.)

출발부터 도착까지 비는 내내 내렸고, 차창 밖으로는  한여름의 녹음에 얹어진 비와 구름이 멋지게 펼쳐졌다. DG와 나는 마시던 캔맥주를 쏟기도 했지만 마냥 신나서 웃기 바빴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이 맥주를 쏟을줄은..

순천역에 내렸을때는 비가 조금 잦아들기 시작했다. 기분탓인지 바람에서 짠내가 느껴지기도 했다. 덥고 눅눅했지만 처음 가 본 순천에 조나단의 뇌는 이미 흥분한 상태!

역에서 숙소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숙소에는 걸어서 이동, 짐을 맡기고 나왔다. 비는 그친 상태였다. 예정대로 “순천만국가정원”에 가기 위해 걸었다. 골목골목 걸어다니며 묘한 분위기에 셔터를 눌러대다 순천만정원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배를 좀 채우고 가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풍기는 포스가 엄청나지 않는가?

골목을 나오니 고등학교가 보였다.  학교 앞이면 떡볶이가 맛있을거라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인 “튀김백화점” 이라는 간판에 둘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게.. 그 간판에서 풍기는 포스가… 오랜시간이 느껴진… 심지어 그 가게 바로 앞엔 우리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정류장 마저 있었다.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들어갔다.

보기보다 양이 많고 푸짐했다.

떡볶이,순대, 튀김 한 접시를 주문해서 둘이 먹었다. 푸짐했다. 냉방시설이라곤 커다란 업소용 선풍기가 고작이라 좀 더웠지만. 혹여 손님들이 모기라도 물릴까 싶어 모기향도 피워주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정겨워서 좋았다. DG의 등뒤로 보이던 TV에서는 아이언맨3가 나오고 있었다.

배불리 먹고 정류장에 도착해서 노선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리고 3분도 안되어 도착한 버스. 이렇게나 딱-딱- 떨어지는…

순천만 국가정원 표를 구입하면 순천만습지도 관람이 가능하다!

30분 쯤 달렸나. 금새 도착했다. 티켓을 사고(순전만습지 입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 했으나 어디부터 어떻게 돌아봐야 하나 막막해졌다. 일단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물고 가자는  DG말에 설레임 하나씩 입에 물었고, 깜빡하고 두고 온 셀카봉이 생각나서 하나 구입했다.(-8,000원)

조나단과 해바라기들

국가별 정원들을 둘러봤다. 태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프랑스, 네덜란드….어디를 둘러봐도 초록초록했다. 한참 걷다보니 키작은 해바라기 밭이 보였다. 넓게 펼쳐진 메밀꽃밭도 있었다. 다양한 식물군 탓인지 냄새도 독특했고, 온갖 풀벌레 소리와 처음 듣는 새소리도 들었다.  이 습도와 날씨에 짜증이 날법도 할텐데.. 나와 DG는 꼬맹이들마냥 꺄륵거리며 사진찍고 둘러보고 즐기기 바빴다.

멀리 길게 돌다가 구름이 밀려가고 강렬한 햇살공격- 숨이 갑갑해질 지경이어서, 시원한 음료라도 마시며 잠시 쉬어가려 들렀던 “힐링카페”. 카페 안…에어콘이란 정말 좋구나…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맛없는 커피를 마시며(정말 커피맛은 별로였다) 쉬다가 구름이 밀려 오는듯 해서 슬슬 나갔다.  어둑어둑… 비오기 전 강한 바람이 불었다. 몇 걸음 걸었더니 저 멀리서부터 후두둑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고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하늘이 번쩍번쩍…

언어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그 날의 구름..

카페 안으로 다시 들어갔어도 되는건데, 우리는.. 굳이 그 폭우 속에서 우산을 쓰고 서서는 빗소리를 듣고 천둥번개를 보고 듣고 꺄륵거리며 비를 즐겼다. 비가 잦아들고 하늘에 보인 구름은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늘이 우리한테 이걸 보여주려고 했나. 이 날 정말이지 모든 종류의 구름을 다 만났다. 섬광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하던 번개도, 공포감조차 들던 천둥소리도, 따가운 빗소리들도 모두 우리가 기대한 비 여행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해줬다.